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따뜻한 하루

막둥이의 병 우유

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.

어린 시절 그는 병 우유를 너무나도 좋아했다.

아버지는 출근할 때마다 막둥이인 그에게 병 우유 하나씩을 사 주셨다.


어려운 살림 탓에 먹을거리가 늘 부족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유를 주는 일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으셨다.


얼마 전, 치매로 인해 가족들도 잘 알아보시지 못하는 아버지 생신을 맞아 오랜만에 식구들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를 하였다.

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, 누님이 어린 시절 병 우유에 대한 사연을 말해 주었다.


아침마다 아버지가 사 주시던 그 병 우유는 사실 아버지의 출근 교통비와 맞바꾼 것이었다.

버스를 탈 수 없기에 일찍 서둘러 일어나 걸어가셨던 것이다.


"막내 우유 사 주는 게 아버지에게 행복이고 즐거움이었어. 좋아하는 막내의 모습이 하루를 견딜 수 있는 힘이라며 말하곤 하셨는데.."


남자는 아버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.

따뜻한 외투 한 벌조차 없던 가난한 살림이었다. 아버지의 출근길이 얼마나 추웠을지 생각하니 그저 뜨거운 눈물이 흐를 뿐이었다.


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는 사실들이 있다.

그 시절엔 모르고 지나간 아주 작은 일상의 기쁨이 사실 누군가의 사랑이자 헌신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.

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머니가 싸주신 소시지 도시락, 아버지가 건넨 병 우유에 담긴 사랑을 알았다면 이제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자.


# 우리만이 사랑할 수 있고, 이전에 그 누구도 우리만큼 사랑할 수 없었으며,

이후에 그 누구도 우리만큼 사랑할 수 없음을 믿을 때 진정한 사랑의 계절이 찾아온다.

- 요한 볼프강 폰 괴테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