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 부장은 회식 때 된장찌개만 나오면 항상 '그 친구'에 대해 말했다.
직원들은 자주 듣는 이야기였지만, 누구도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.
"그 친구는 말이야, 그렇게 먹는 걸 좋아했거든. 특히 이 된장찌개!"
"하루는 이 된장찌개를 한 뚝배기 끓여 놓고 밥을 비벼 먹는데, 얼마나 맛있게 많이 먹는지 걱정이 다 되더라니까."
그러다 급체라도 걸리는 날엔 김 부장이 그 친구를 업고 응급실을 달려가기도 했다고 한다.
"병원에 안 가고 손을 얼마나 따댔는지 열 손가락이 다 헐었더라고. 한번은 나랑 만나기로 해 놓고 나타나질 않는 거야. 그때도 난 된장찌개를 먹다가 급체했다고 생각했지."
거기서부터 김 부장은 말을 잇지 못한다.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. 그 친구와의 약속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..
그 날 친구는 병원에서 위암 말기 선고를 받고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을..
그 친구는 김 부장에게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.
"우리 엄마 틀니 할 때 되면 이삼백만 원만 좀 챙겨줘."
그리고 김 부장에게 적금통장을 건넸다. 그렇게 김 부장의 절친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.
말하진 않았지만, 직원들은 '그 친구, 그 친구' 하는 사람이 그토록 사랑했던 그의 아내였음을 알고 있었다.
차마 '아내'라는 말이 목구멍을 넘지 못해서 '그 친구'라고 추억해야 하는 김 부장의 이야기를 직원들은 수없이 아무 말 없이 그렇게 듣고 있었다.
이별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지만 가장 냉정한 이별은 죽음일 것이다.
얼마 전까지만 해도 함께 숨 쉬고, 먹고, 자던 사람과의 이별... 사랑하는 아내, 남편, 부모님, 형제, 자녀, 친구의 죽음은 살면서 겪어야 할 가장 큰 고통임이 분명하다.
세상에서 가장 냉정한 이별 앞에 '좀 더 사랑하며 살걸...' 그리고 후회하지 말고, '그래도 마음껏 사랑해서 다행이다' 말할 수 있도록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보자.
# 이별의 아픔 속에서만 사랑의 깊이를 알게 된다.
- 조지 앨리엇 -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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